영화 “위민토킹” women talking 줄거리 및 사회에 던지는 문제의식과 해결방법에 대해서

영화 “위민 토킹”은 단순히 하나의 사건을 조명하는 것을 넘어, 억압된 공동체 내 여성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미래를 결정하는 과정을 심도 있게 그려낸 작품입니다. 소설 원작인데 그 소설이 실제 사건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1. 영화의 배경 실제 사건, 볼리비아 메노파 공동체

영화는 캐나다 작가 미리엄 테이브스의 2018년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며, 이 소설은 2005년부터 2009년 사이 볼리비아의 고립된 메노파(Mennonite) 공동체인 ‘매니토바 콜로니’에서 벌어진 충격적인 실화를 바탕으로 합니다.

이 공동체에서 수년간 여성들은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몸에 남은 멍과 상처, 출혈과 함께 극심한 고통을 겪었습니다. 공동체 남성들과 장로들은 이를 “여성들의 히스테리”, “악마의 소행” 혹은 “간통을 숨기기 위한 거짓말”로 치부하며 피해 사실을 묵살했습니다. 그러나 어느 날 밤, 가해 현장이 발각되면서 진실이 드러났습니다. 공동체 남성들이 가축용 마취제를 사용해 여성들을 잠재운 뒤 집단적으로 성폭행을 저질러온 것이었습니다.

가해자들이 체포되어 인근 도시로 이송되자, 나머지 남성들은 보석금을 내고 그들을 데려오기 위해 떠나면서 여성들에게 “돌아올 때까지 가해자들을 용서하라. 그렇지 않으면 천국에 가지 못할 것”이라고 명령합니다. 영화는 바로 이 지점, 남성들이 떠나고 여성들만 남겨진 이틀간의 시간을 배경으로, 그들이 스스로의 미래를 결정하기 위해 벌이는 토론을 담고 있습니다.

2. 영화 “위민 토킹” 줄거리

2010년, 외부 세계와 단절된 한 메노파 공동체. 여성들은 반복되는 성폭력의 가해자가 같은 공동체의 남성들이었음을 알게 됩니다. 가해자들이 경찰에 넘겨지고 다른 남성들이 그들의 석방을 위해 마을을 떠나자, 여성들은 선택의 기로에 놓입니다. 그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순응하기’, ‘남아서 싸우기’, ‘마을을 떠나기’라는 세 가지 선택지를 두고 투표를 진행합니다.

투표 결과 ‘싸우기’와 ‘떠나기’가 동률을 이루자, 각 가문의 여성 대표들이 건초 창고에 모여 최종 결정을 위한 토론을 시작합니다. 글을 읽거나 쓸 줄 모르는 여성들을 대신해, 공동체의 교사이자 남성인 어거스트가 토론의 기록을 맡습니다.

토론 과정에서 여성들은 각자의 상처와 분노, 두려움과 희망을 쏟아냅니다. 딸이 성폭행당한 살로메는 복수를 외치고, 평생 남편의 폭력에 시달려온 마리체는 떠나는 것을 주저합니다. 강간으로 임신하게 된 오나는 태어날 아이를 위해 새로운 세상을 꿈꿉니다. 신앙과 현실 사이에서 고뇌하던 여성들은 치열한 대화 끝에, 자녀들의 안전과 신앙, 그리고 사상의 자유를 위해 마을을 떠나기로 결심합니다.

3. 주요 쟁점 및 갈등 구조 분석

영화의 가장 큰 힘은 인물 간의 대립과 내면의 갈등을 통해 보편적인 질문들을 던지는 데 있습니다.

  • 신념과 현실의 충돌: 여성들에게 가장 큰 족쇄는 ‘가해자를 용서해야 천국에 갈 수 있다’는 종교적 가르침입니다. 이는 남성들이 여성들을 통제하기 위해 사용한 강력한 기제입니다. 여성들은 신을 버릴 수는 없지만, 자신들을 파괴하는 현실을 외면할 수도 없는 딜레마 속에서 ‘진정한 용서란 무엇인가’를 고뇌하며 자신들의 신앙을 재정의해 나갑니다.
  • 용서, 정의, 그리고 분노: “용서할 수 없다”고 외치는 살로메의 분노는 단순한 복수심이 아닌, 정의를 향한 갈망입니다. 토론은 용서가 피해자의 동의 없이 강요될 수 없으며, 진정한 용서는 정의가 실현되고 안전이 보장될 때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이는 폭력의 책임을 피해자에게 전가하는 사회 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비판입니다.
  • 떠날 것인가, 싸울 것인가: ‘싸우기’와 ‘떠나기’의 대립은 영화의 핵심 갈등입니다. 싸움은 더 큰 폭력을 유발할 수 있고, 떠남은 모든 것을 버리고 미지의 세계로 나아가야 하는 두려움을 동반합니다. 하지만 여성들은 대화를 통해 ‘떠나는 것’이 도피가 아니라, 자녀들을 위해 새로운 공동체를 건설하고 폭력의 고리를 끊으려는 가장 적극적인 형태의 ‘싸움’임을 깨닫게 됩니다.

4. 영화적 각색과 토론 지점

감독 세라 폴리는 실제 사건을 그대로 재현하는 대신, “여성적 상상의 산물(an act of female imagination)”이라는 자막으로 영화를 시작합니다. 이는 이 이야기가 특정 사건의 기록을 넘어, 억압받는 모든 이들의 보편적인 투쟁에 관한 우화임을 선언하는 것입니다.

  • 탈역사적, 탈장소적 배경: 영화는 실제 배경인 볼리비아가 아닌, 북미 어딘가로 추정되는 익명의 장소를 배경으로 삼고, 거의 흑백에 가까운 탈색된 화면을 사용하여 시대와 장소를 특정할 수 없는 우화적 공간을 창조합니다. 이를 통해 관객은 이들의 고통과 선택을 더욱 보편적인 문제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 ‘말하기’라는 행위의 의미: 여성들이 모여 ‘이야기하는(talking)’ 행위 자체가 가장 강력한 저항입니다. 글도, 목소리도 허락되지 않았던 여성들이 한자리에 모여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고, 논쟁하고, 설득하며 합의에 이르는 과정은 그 자체로 민주주의의 원형이자, 잃어버렸던 주체성을 되찾는 여정입니다.
  • 사회적 시사점: 이 영화는 #MeToo 운동 이후, 조직 내 권력형 성범죄, 가정 폭력, 종교 집단 내 그루밍 등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들을 떠올리게 합니다. 왜 피해자들은 침묵을 강요당하는가? 어떻게 하면 피해자들이 안전하게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들 수 있는가? 영화는 이러한 질문들을 던지며 깊은 사회적 토론을 유도합니다.

5. 가정의학 관점에서의 심층 분석 및 사회적 접목 방안

  • 트라우마 중심의 돌봄(Trauma-Informed Care): 영화 속 여성들은 반복적인 성폭력과 정신적 억압으로 인한 복합 트라우마(Complex PTSD) 상태에 있습니다. 이는 불면, 불안, 분노, 신체화 증상 등으로 나타납니다. 가정의학과 의사는 환자의 질병뿐 아니라 그 이면에 숨겨진 트라우마의 경험을 이해하고, 환자가 안전하다고 느끼는 환경에서 신뢰 관계를 구축하는 ‘트라우마 중심의 돌봄’을 실천해야 합니다. 살로메가 3살 딸에게 항생제를 먹여야 한다고 말하는 장면은 트라우마가 어떻게 신체적 질병으로 이어지는지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 건강의 사회적 결정요인(Social Determinants of Health): 여성들의 고통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교육의 부재, 성차별, 사회적 고립이라는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됩니다. 이는 건강이 단순히 생물학적 요인이 아닌 사회적, 환경적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는 ‘건강의 사회적 결정요인’ 개념과 직결됩니다. 가정의학과 의사는 진료실을 넘어 환자가 속한 지역사회의 문제에 관심을 갖고, 교육, 복지, 안전망 강화 등 건강 불평등 해소를 위한 사회적 노력에 동참해야 합니다.
  • 내재화된 낙인(Internalized Stigma)과 환자 중심 의료: 피해자들이 자신의 고통을 “악마의 짓”이나 “자신의 죄”로 받아들였던 모습은 사회적 낙인이 어떻게 피해자에게 내재화되는지를 보여줍니다. 이는 정신질환이나 특정 질병을 앓는 환자들이 스스로를 부정적으로 여기고 치료를 거부하는 현상과 유사합니다. 의사는 환자의 질병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인지하고, 환자가 스스로를 비난하지 않도록 지지하며, 치료 과정의 주체로서 자신의 건강에 대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환자 중심의 소통을 실천해야 합니다.
  • 공동체 회복과 사회적 지지 시스템 구축: 영화의 여성들은 ‘함께 말하기’를 통해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집단적 치유를 경험합니다. 이는 트라우마 회복에 있어 안전한 공동체와 사회적 지지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줍니다. 가정의학과 의사는 지역사회 내 상담 센터, 쉼터, 자조 모임 등 다양한 자원을 연결하여 환자들이 고립되지 않고 공동체 안에서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연결자’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여성들이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떠나는 결말은, 기존의 병리적인 환경을 벗어나 건강한 지지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근본적인 치유의 시작임을 시사합니다.

결론적으로, “위민 토킹”은 억압된 자들이 연대를 통해 자신의 존엄을 되찾고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는 위대한 서사입니다. 이들의 목소리는 우리 사회의 가장 어두운 곳을 비추며, 가정의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단순한 질병 치료를 넘어, 개인의 상처를 보듬고 건강한 공동체를 만들어나가는 것임을 일깨워줍니다. 이 영화를 통해 우리 사회의 ‘위민 토킹’이 어디에서, 어떻게 시작되어야 할지 함께 고민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실제 볼리비아에서 발생했던 사건을 배경으로 하는데 그 실화를 조금 더 살펴보면…

볼리비아 메노파 ‘매니토바 콜로니’의 역사적 배경과 근황

영화 “위민 토킹”의 배경이 된 볼리비아 메노파(Mennonite) 공동체, 특히 ‘매니토바 콜로니(Manitoba Colony)’는 500년에 걸친 이주와 고립의 역사를 간직한 독특한 집단입니다. 남미 볼리비아의 산타크루스 주(Santa Cruz Department) 동부 저지대에 위치한 이 공동체는 현대 문명을 거부하고 16-17세기 유럽의 생활 양식을 고수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1. 메노파의 기원 박해를 피해 떠돈 500년의 역사

메노파의 기원은 16세기 유럽 종교개혁 당시 급진 개혁파로 분류된 **재세례파(Anabaptists)**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유아세례를 부정하고 신자의 자발적인 신앙고백에 따른 세례를 주장했으며, 신약성서의 가르침에 따라 폭력을 거부하는 비폭력 평화주의를 핵심 교리로 삼았습니다. 이들은 가톨릭과 주류 개신교 양측으로부터 극심한 박해를 받았고, 수많은 순교자를 내며 유럽 각지로 흩어져야 했습니다.

네덜란드의 가톨릭 사제였던 **메노 시몬스(Menno Simons)**가 박해받던 재세례파 그룹의 지도자가 되어 비폭력주의를 강조하며 이들을 이끌었고, 이후 그의 추종자들은 ‘메노나이트’, 즉 메노파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이들은 병역을 거부하고 국가 권력에 대한 복종보다 양심에 따른 신앙생활을 우선시했기 때문에, 징병제와 국민 교육 등 근대 국가의 통제가 강화될 때마다 새로운 정착지를 찾아 떠나는 이주를 반복했습니다.

이들의 이주 경로는 다음과 같습니다

  • 유럽 내 이동: 네덜란드에서 시작하여 프로이센(독일 북부), 폴란드, 러시아 등으로 이동했습니다. 특히 러시아에서는 예카테리나 대제가 농업 발전을 위해 이들의 종교적 자유와 병역 면제를 보장해주면서 대규모 공동체를 이루기도 했습니다.
  • 아메리카 대륙으로: 19세기 후반, 러시아 정부가 병역 면제 혜택을 철회하자 이들은 다시 신앙의 자유를 찾아 북미 대륙으로 대거 이주했습니다. 캐나다와 미국에 정착했으나, 이곳에서도 공교육 의무화 등 세속화의 물결이 밀려오자 일부 보수적인 그룹은 다시 남쪽으로 향했습니다.
  • 남미 정착: 멕시코를 거쳐 파라과이, 그리고 최종적으로 볼리비아의 척박한 땅에 정착했습니다. 이들이 사람이 살지 않는 외딴 지역을 선택한 이유는 가톨릭의 박해를 넘어, 전기, 자동차, 전화 등 ‘근대의 유혹’으로부터 공동체를 완전히 단절시키기 위함이었습니다.

2. ‘매니토바 콜로니’의 형성과 생활

볼리비아의 ‘매니토바 콜로니’는 1991년, 캐나다 매니토바 주에서 유래한 이름을 가진 멕시코의 한 콜로니에서 다시 이주해 온 극보수적인 ‘구 коло니(Old Colony)’ 메노파 교도들에 의해 세워졌습니다. 이들은 다음과 같은 엄격한 규칙 속에서 살아갑니다.

  • 외부 세계와의 단절: 전기, 자동차, 전화, 라디오, TV 등 현대 기술의 사용을 전면 금지합니다. 이동수단은 마차이며, 농사도 전통적인 방식을 고수합니다.
  • 독자적인 언어와 교육: 이들은 일상에서 ‘플라우트디치(Plautdietsch)’라는 저지 독일어 방언을 사용하며, 공동체 외부와의 소통을 막기 위해 볼리비아의 공용어인 스페인어 교육을 금지합니다. 아이들은 공동체 내에서 종교 교육과 기본적인 읽기, 쓰기, 셈하기 정도만 배웁니다.
  • 농업 중심의 공동체: 척박한 땅을 개간하여 콩, 옥수수 등을 재배하며 자급자족하는 농업 공동체를 이루고 있습니다. 현재 볼리비아 전역에 약 6만 명에서 10만 명에 이르는 메노파 교도들이 수십 개의 고립된 콜로니를 형성해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3. 현재 상황과 갈등

영화 “위민 토킹”의 소재가 된 ‘유령 성폭행’ 사건은 이 폐쇄적인 공동체의 어두운 단면을 세상에 드러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2005년부터 2009년까지 매니토바 콜로니에서 남성들이 가축용 마취제를 사용해 여성들을 집단으로 성폭행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처음에는 피해 여성들의 “히스테리”나 “악마의 소행”으로 치부되었으나, 범인들이 현장에서 발각되면서 진실이 밝혀졌습니다. 결국 2011년, 볼리비아 사법당국이 개입하여 가해자 7명에게 25년형이 선고되었습니다.

이 사건은 공동체 내부에 큰 균열을 가져왔을 뿐만 아니라, 외부 사회와의 갈등을 증폭시켰습니다.

  • 내부 갈등과 공동체 이탈: 억압적인 생활과 폭력, 알코올 중독 등의 문제에 지쳐 공동체를 탈출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평범한 삶을 원한다는 이유로 젊은이가 철창에 갇히는 사건이 발생하는 등 인권 문제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 볼리비아 정부와의 갈등: 볼리비아 정부는 이들에게 스페인어 교육과 같은 정상적인 교육을 제공하고 정부의 통제를 받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공동체 지도자들은 이를 “외부 세계의 유입”으로 간주하며, 만약 법이 개정되면 다시 다른 곳으로 이주하겠다고 위협하며 강하게 저항하고 있습니다.
  • 정체성의 위기: 500년간 고립을 통해 신앙을 지켜왔지만, 이제 더 이상 도망칠 곳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 놓였습니다. 한 공동체 주교는 “더 이상 우리를 위한 곳이 지상에 남아 있을까”라고 반문하며 정체성의 위기를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결론적으로 볼리비아의 메노파 공동체는 신앙을 지키기 위해 자발적으로 고립을 선택했지만, 그 폐쇄성은 ‘유령 성폭행’ 사건과 같은 끔찍한 비극을 낳는 배경이 되었습니다. 이 사건은 이들의 존재를 세상에 알렸고, 공동체는 현재 내부의 변화 요구와 외부의 현대화 압력 사이에서 위태로운 줄타기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역사는 신념을 지키기 위한 인간의 투쟁과 함께, 고립된 공동체가 마주할 수밖에 없는 비극과 딜레마를 동시에 보여주는 복합적인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볼리비아 뿐 아니라 칠레 브라질 페루 아르헨티나 등등 남미 여러국가들은 유럽 이민자들이 어떤 이유든 가지고 이주를 와서 기이한 형태로 인류애 박살내는 각종 기행과 만행을 저지른 경우가 상당히 많은데 그럼에도 유럽이민자들에 대해서 적대감을 갖거나 우리는 다르다라는 인식이 없고 잘 융합되어 살아가는걸 보면 참 신기하기도 하고 뭔가 미묘한 기분도 들고 그렇습니다.

그리고 제가 가진 의아한 부분 중 하나가 이 사건이 폐쇄된 공동체에서 발생한 사건인데 외부와의 단절로 전화나 전기 이런것도 없고 공동체 남자들에 의해 자행된 일인데 이걸 어떻게 적발하고 외부로 알렸는지가 좀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뭐 완전 단절된건 아닐테고 그렇다고 하면 어떻게 세상에 알려진건지 이런 의문말입니다.

‘유령 성폭행’ 사건, 침묵을 깬 결정적 순간

볼리비아 매니토바 콜로니에서 2005년부터 2009년까지 4년간 이어진 ‘유령 성폭행’ 사건은 외부와 철저히 단절된 공동체의 특성 때문에 오랫동안 수면 아래에 감춰져 있었습니다. 이 끔찍한 범죄의 진실이 세상에 드러나게 된 과정은 다음과 같은 결정적인 계기들을 통해 이루어졌습니다.

1. ‘유령’과 ‘악마’라는 거짓된 낙인 (2005-2009년 초)

사건 초기, 피해 여성들은 아침에 일어났을 때 겪는 끔찍한 고통의 원인을 알지 못했습니다.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폭행을 당했기 때문에, 몸에 남은 상처와 흔적들을 설명할 길이 없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동체의 남성들과 장로들은 이 현상을 ‘유령’이나 ‘악마’의 소행, 혹은 여성들의 ‘히스테리’나 ‘상상’으로 치부했습니다. 이는 피해자들에게 엄청난 혼란과 죄책감을 안겨주었고, 자신들의 고통을 공공연히 말하지 못하고 침묵하게 만드는 강력한 기제로 작용했습니다. 일부 여성들은 이 모든 것이 ‘신의 뜻’이라고 받아들이기도 했습니다. 범인들은 바로 이 점을 악용하여 수년간 범죄를 지속할 수 있었습니다.

2. 현장 발각 진실이 드러난 밤 (2009년)

오랜 기간 지속되던 거짓의 장막은 2009년 어느 날 밤, 범인들이 현장에서 발각되면서 극적으로 걷혔습니다.

가정집에 침입하여 또 다른 범죄를 저지르려던 두 명의 남성이 범행 시도 중 붙잡힌 것입니다. 이 결정적인 순간을 통해 그동안 마을을 공포에 떨게 했던 존재가 유령이나 악마가 아닌, 바로 이웃이자 가족이었던 공동체 내부의 남성들임이 명백히 밝혀졌습니다. 그러니깐 영화에서 묘사되는 것 처럼 마을 남자들 전체가 거의 공범처럼 묘사되는 그런 상황은 아니고 일부 어긋난 윤리의식이 있던 소수의 사람에 의해 자행되었다는 것입니다.

3. 자백과 범행 수법의 폭로

현장에서 체포된 남성들은 결국 자신들의 범행을 자백했습니다. 이들의 자백을 통해 충격적인 범죄 수법이 드러났습니다.

  • 가축용 마취제 사용: 범인들은 범행에 앞서, 창문을 통해 집안 전체에 소 진정제로 사용되는 화학 마취제를 뿌렸습니다. 이 마취제는 호흡기로 흡입하면 즉시 의식을 잃게 만들 정도로 강력하여, 한 집안의 모든 구성원이 깊은 잠에 빠져 범행 사실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게 만들었습니다.
  • 조직적 범죄: 조사를 통해 이 범죄가 소수의 소행이 아니라, 19세부터 43세에 이르는 다수의 남성이 조직적으로 가담한 집단 성폭행이었음이 밝혀졌습니다. 약품을 공급한 지역 수의사까지 범행에 연루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4. 외부 세계의 개입과 언론 보도

범인들의 신원과 구체적인 범행 수법이 드러나면서, 이 사건은 더 이상 공동체 내부에서 덮을 수 없는 문제로 비화했습니다.

  • 사법 당국의 개입: 공동체는 결국 외부 사법 시스템인 볼리비아 경찰에 이 사건을 신고했습니다. 이는 외부와의 접촉을 극도로 꺼리는 메노파 공동체의 전통을 깨는 이례적인 일이었습니다.
  • 국제적 관심: 볼리비아 사법당국의 수사와 재판이 진행되면서, 이 엽기적인 사건은 국제 언론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영국의 ‘바이스 닷컴(Vice.com)’과 같은 외신들이 ‘유령 성폭행(Ghost Rapes)’이라는 이름으로 사건을 상세히 보도하면서 전 세계에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결국 2011년, 볼리비아 법원은 가해자 9명 중 7명에게 징역 25년, 마취제를 공급한 수의사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했습니다. 이처럼 ‘유령 성폭행’ 사건은 범인들이 현장에서 발각되는 결정적 순간을 계기로 비로소 진실이 드러났고, 폐쇄적인 공동체의 문을 넘어 외부 세계의 사법적, 사회적 심판을 받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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