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드라마 은중과 상연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우정을 쌓아온 은중과 상연이 인생의 주요 기점마다 반복해서 얽히고 설키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1990년대 그 시대를 살았던 한국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향수를 배경으로 그려지는 이야기로 잔잔한 여운을 깊고 짙게 남겨 화제가 되는 드라마인데요. 과거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 혹은 한국영화 소울메이트를 보신 분들이 있다면 대번에 아 이거 리메이큰가? 아니면 표절인가 싶은 느낌이 드실 수 있습니다. 실제로 소울메이트는 중국 소설 ‘칠월과 안생’을 영화화 한 작품입니다.
1. 원작 중국 소설 칠월과 안생
‘칠월과 안생’은 중국이 급격한 경제 성장을 이루던 2000년대 초반을 배경으로 합니다. 이 시기는 개혁개방 이후 세대의 젊은이들이 전통적인 가치관과 서구에서 유입된 새로운 문화 사이에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던 때입니다. 소설은 이러한 시대적 배경 속에서, 막연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새로운 삶에 대한 동경을 안고 살아가는 두 여성의 삶을 통해 당대 청춘들의 초상을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2. 주요 내용과 상징적 의미
‘칠월과 안생’은 13살에 처음 만나 27살에 이르기까지 14년간 우정과 애증의 관계를 이어온 두 여성의 삶을 그린 작품입니다. 두 주인공의 이름은 그들의 성격과 삶의 방식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두 주인공의 대조적인 삶
- 이칠월(李七月)
- 리안생(李安生)
3. 줄거리 서로의 그림자를 밟으며 살아가는 운명
13살에 처음 만난 두 사람은 모든 것이 달랐지만, 마치 자석처럼 서로에게 끌려 둘도 없는 친구가 됩니다. 칠월은 안생을 통해 세상을 배우고, 안생은 칠월을 통해 세상의 따뜻함을 느낍니다.
하지만 고등학교 시절, 칠월의 남자친구인 ‘소가명’이 등장하면서 이들의 관계는 균열을 맞이합니다. 안생 역시 가명에게 미묘한 감정을 느끼게 되고, 자신의 존재가 칠월에게 상처가 될 것을 직감한 안생은 “락커를 따라간다”는 핑계를 대고 정처 없는 유랑을 시작합니다. 기차역에서 헤어지던 날, 칠월은 안생의 목에 걸린 소가명의 목걸이를 발견하지만, 애써 모른 척하며 친구를 떠나보냅니다.
이후 안생은 중국 전역을 떠돌며 자유롭지만 고단한 삶을 살아가고, 칠월은 고향에 남아 대학을 졸업하고 은행원이 되는 안정적인 길을 걷습니다. 두 사람은 편지를 통해 서로의 안부를 묻지만, 각자의 삶이 달라질수록 서로를 향한 그리움과 부러움, 그리고 질투심은 점점 커져만 갑니다.
몇 년 후, 지친 안생이 고향으로 돌아와 칠월과 재회하지만, 이미 너무나 달라져 버린 서로의 모습에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집니다. 결국 두 사람은 크게 다툰 후 완전히 연락을 끊게 됩니다.
4. 비극적 결말과 삶의 교차
세월이 흐른 후, 칠월은 가명과의 결혼을 앞두고 파혼한 뒤, 안생이 그랬던 것처럼 자유로운 유랑을 시작합니다. 반면, 정처 없이 떠돌던 안생은 칠월이 과거 그랬던 것처럼 정착해서 안정적인 삶을 추구하려 합니다. 그러다 갑자기 소가명의 아이를 임신한 칠월이 그녀 앞에 돌아오고, 결국 아이를 낳다가 27살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납니다. 소설의 마지막, 칠월은 안생이 남긴 아이를 자신의 아이처럼 키우며, 친구가 그토록 원했던 ‘안정된 삶(安生)’을 대신 살아갑니다. 결국 두 사람은 서로가 원했던 삶을 대신 살아주는 비극적인 운명을 맞이하게 됩니다.
이처럼 ‘칠월과 안생’은 단순한 삼각관계나 우정 이야기를 넘어, 한 개인의 내면에 공존하는 안정에 대한 갈망(칠월)과 자유에 대한 동경(안생)이라는 두 가지 욕망을 두 인물을 통해 형상화한 작품입니다. 서로의 삶을 열망하고 질투하며, 결국 서로의 운명을 대신 살게 되는 두 여성의 이야기는 많은 독자들에게 깊은 공감과 여운을 남겼습니다. 특히 그 시대 중국에 살고 몸으로 직접 체험했던 동년배의 중국인들에게 깊은 공감을 사면서 크게 히트하게 된 작품입니다.
이 소설을 직접 읽어보시는게 작품을 오롯이 느끼고 여운과 감동을 더 깊숙이 체화할 수 있긴 하지만 줄거리만 보고 결말 부분에서 약간 의문스러운 부분이 있는데요. 칠월과 안생의 운명을 뒤흔든 남자 소가명의 존재입니다.
5. 칠월은 왜 소가명과 파혼했는가?
영화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와 원작 소설의 설정은 이 부분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동일합니다. 바로 “소가명이 자신(칠월)을 온전히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칠월이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최초 안생의 목에 걸려있는 소가명의 목걸이를 본 칠월이 애써 모른척 했지만 그녀는 촉으로 짐작하고 있던 겁니다. 그 둘에게서 느껴지는 미묘한 감정선 하지만 안정적인 삶 정착의 삶을 원했던 칠월은 그 식스센스를 무시하려 무단히도 노력했지만 성장하면서 결국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지 않는 남자를 떠나는 파격적인 결정을 내리게 되는겁니다.
5-1. 파혼의 결정적 계기 소가명의 흔들리는 마음
칠월, 안생, 소가명 세 사람의 관계에서 균열이 시작된 것은 소가명이 칠월의 연인이면서도 안생에게 계속해서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입니다.
- 안생의 양보와 떠남: 안생은 칠월과 가명의 관계를 위해, 그리고 가명과 자신 사이에 흐르는 묘한 감정을 정리하기 위해 두 사람 곁을 떠나기로 결심합니다. 칠월은 기차역에서 안생을 떠나보내며, 안생의 목에 가명의 목걸이가 걸려있는 것을 발견하고 두 사람의 감정을 직감합니다.
- 칠월의 기다림과 불안: 안생이 떠난 후에도 칠월은 소가명이 언젠가 자신에게 완전히 정착할 것이라 믿으며 기다립니다. 하지만 가명은 베이징으로 떠난 후 우연히 떠돌던 안생과 재회하고 머물곳이 없던 안생과 심지어 동거까지 하게 되는 등, 많은 부분에서 흔들리고 칠월에게 온전한 사랑을 주지 못합니다.
해당 부분 소설 속 주요 내용
- 칠월의 남자친구인 가명은 대학 진학을 위해 베이징으로 떠납니다.
- 칠월은 고향에 남아 가명을 기다립니다.
- 한편, 칠월과 가명의 곁을 떠나 세상을 떠돌던 안생 역시 베이징에서 생활하게 됩니다.
- 베이징에서 가명과 안생은 우연히 재회하게 되고, 가명은 오갈 데 없던 안생을 자신의 집에 머물게 해주면서 두 사람은 함께 살게 됩니다.
- 이 사실을 모르는 칠월은 연락이 잘 닿지 않는 가명을 걱정하다가, 결국 직접 베이징으로 찾아갑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자신의 남자친구인 가명의 집에 안생이 함께 살고 있는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하게 됩니다.
5-2. 파혼을 요구하는 칠월
오랜 기다림 끝에 칠월은 더 이상 자신을 온전히 사랑하지 않는 가명과의 관계를 지속할 수 없다고 판단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자신이 먼저 파혼을 선언하여 주변의 동정이나 비난을 받는 상황 또한 원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칠월은 가명에게 아주 잔인하고 영리한 부탁을 합니다.
“결혼식 날, 식장에 나타나지 말고 그냥 사라져 줘. 그래야 내가 피해자가 되어 이 상황을 자유롭게 떠날 수 있어.”
이는 가명을 완전히 떠나면서도, 자신은 ‘결혼식 날 신랑에게 버림받은 비련의 신부’라는 명분을 얻기 위한 칠월의 마지막 선택이었습니다. 칠월은 이 ‘의도된 파혼’을 통해 자신을 옭아매던 고향과 안정된 삶, 그리고 가명으로부터 벗어나, 안생처럼 자유로운 삶을 살기로 결심하게 됩니다.
6. 그 후 소가명은 어떻게 되었나?
소가명은 칠월의 요구대로 결혼식 당일 식장에 나타나지 않고 사라집니다. 이후 그의 행방은 영화의 결말 부분에서 다시 드러납니다.
- 안생과의 재회 : 몇 년의 세월이 흐른 후, 소가명은 안생이 ‘칠월’이라는 필명으로 연재한 인터넷 소설(‘칠월과 안생’의 이야기)을 읽게 됩니다. 그는 소설의 주인공이 자신과 두 친구(칠월과 안생)의 이야기임을 알아채고, 소설의 행방을 좇아 마침내 안생과 재회하게 됩니다.
- 모든 진실을 알게 되다 : 가명은 안생과 함께 있는 아이가 당연히 안생의 아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안생과의 대화를 통해, 그 아이가 바로 자신과 칠월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이며, 칠월은 이미 아이를 낳고 세상을 떠났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모두 알게 됩니다.
결국 소가명은 두 여자의 사랑을 모두 얻으려 했던 자신의 우유부단함이 어떤 비극을 낳았는지 깨닫게 됩니다. 그는 칠월과 안생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이었지만, 두 사람 중 누구에게도 온전한 사랑과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결국 두 사람의 삶에서 방관자로 남게 된 인물로 그려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