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번호 구매 업체(매입 업체)가 사기꾼들에게 현금을 주고 상품권 핀번호를 샀다면, 그 업체 역시 그 핀번호를 어딘가에 팔거나 사용해서 이익을 남겨야 할겁니다. 아무리 대량을 값싸게 구매했다고 해도 결국엔 그 핀번호를 써야 한다는 말인데, 이걸 추적 하는건 솔직히 일도 아닐겁니다. 실제로 괜히 인터넷에서 이상하리만큼 저렴한 핀번호 구매하셨다가 경찰 소환조사 통보 받은 경험이 있는 분들 있을겁니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범인들 최소한 꼬리가 아닌 몸통을 잡았다는 뉴스를 본 기억은 없습니다. 바로 이 과정에서 꼬리가 잡힐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당연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이유를 알아보겠습니다.
범죄 조직은 이 마지막 현금화 단계마저도 추적을 피할 수 있는 ‘그들만의 생태계’를 구축해 놓았기 때문인데요. 얘들은 진짜 목숨걸고 인생걸고 하는거라고 수 많은 체포된 선배 범죄자들의 사례를 보고 혹은 본인이 직접 검거 된 후 시행착오를 거쳐 점점 진화한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핀번호 구매 업체가 꼬리를 잡히지 않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핀번호를 현금이 아닌 ‘검은 화폐’로 유통
가장 중요한 점은, 매입 업체가 사들인 핀번호를 반드시 ‘우리가 아는’ 정상적인 방법으로 현금화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 핀번호들은 그 자체로 추적이 어려운 익명의 디지털 화폐처럼 범죄 생태계 안에서 돌고 돕니다.
- 1차 소비자: 또 다른 범죄자들: 매입 업체는 매입한 핀번호들을 다크웹이나 비밀 텔레그램 채널 등에서 다른 범죄자들에게 액면가보다 약간 할인된 가격에 되팝니다.
- 2차 소비자: 일반 게이머 또는 사용자: 범죄자들은 이렇게 구매한 핀번호를 게임 아이템 거래 사이트 등에서 “문상 85%에 급처합니다” 와 같은 식으로 일반 사용자들에게 판매합니다.
- 일반 사용자는 싸다는 이유로 이 핀번호를 구매해 게임 아이템을 삽니다. 이 단계에 이르면, 해당 핀번호는 완전히 ‘세탁’되어 정상적인 거래처럼 보이게 됩니다.
- 특히 인터넷 게임 방송 스트리머들을 보면 수백만원 수천만원씩 후원업체라고 하면서 연락해서 결제좀 해달라고 부탁하고 몇 분 지나서 결제 됐다고 하는걸 보신 기억 있으실텐데요 다는 아니겠지만 이런식으로 유통된 핀번호가 소비되는 과정의 하나인게 이겁니다. 이 스트리머 경찰 소환 조사 될 가능성이 높을겁니다 하지만 세탁에 세탁을 거쳐서 구매한거고 정당하게 유통업체랑 거래한거라고 방송라이브가 증거가 됩니다. 어떻게 돌아가는지 아시겠나요?
결과적으로, 경찰이 범죄에 사용된 핀번호의 최종 사용 내역을 게임사로부터 확보해도, 그 사용자는 “아이템 거래 사이트에서 모르는 사람에게 싸게 샀을 뿐”이라고 진술하게 됩니다. 수사망이 여러 단계를 거치면서 흐려지고, 결국 최종 사용자와 최초 범죄자 사이의 연결고리를 찾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워집니다.
2. 자금 세탁의 ‘최종 단계’로 활용
또 다른 방법은 범죄 조직이 자신들의 활동 자금을 세탁하는 데 이 핀번호를 직접 사용하는 것입니다. 어쨌든 이걸 현금화 하면 정상가보다 저렴하게 넘겨야 한다는건 이해하셨을겁니다. 하지만 이걸 업으로 삼는 범죄자들은 그들만의 생태계에서 하나의 화폐로 이 핀번호를 사용하는겁니다. 그러면 할인할필요도 없이 액면 그대로를 그 가치로 인정받아서 사용하게 되는거죠.
- 범죄 인프라 유지비용: 해킹에 필요한 서버 비용, 대포폰 구매 비용, 조직원 활동비 등을 결제할 때 추적이 어려운 상품권 핀번호를 사용합니다. 훔친 돈으로 다시 범죄를 저지르는, 그들만의 ‘폐쇄 루프(Closed Loop)’를 만드는 것입니다.
- 가상자산으로의 최종 변환: 일부 상품권은 특정 플랫폼에서 가상자산(암호화폐)으로 교환이 가능합니다. 범죄 조직은 매입한 핀번호를 이런 플랫폼에서 암호화폐로 바꾼 뒤, ‘믹싱(Mixing)’ 서비스를 통해 자금 출처를 완전히 뒤섞어 버립니다. 이 단계까지 오면 자금 추적은 완전히 불가능해집니다.
‘가치’의 확산과 분산을 통한 추적망 무력화
핵심은 ‘추적의 어려움’이라는 가치 자체를 상품화하는 것입니다.
- 사기꾼: 피해자의 돈을 ‘추적 불가능한 핀번호’로 바꿉니다.
- 매입 업체: 이 핀번호를 사들여 10~15%의 수수료를 떼고, ‘추적 불가능성’이 필요한 다른 범죄자나 일반인에게 되팝니다.
- 최종 사용자: 핀번호를 게임 아이템 구매 등 정상적인 소비 활동에 사용합니다.
이 과정에서 100만 원이라는 큰돈은 수십 개의 작은 핀번호로 쪼개지고, 여러 사람의 손을 거치며 전국 각지의 게임 서버, 쇼핑몰 등에서 사용됩니다. 하나의 큰 흐름이 수백, 수천 개의 흩어지는 작은 물줄기로 바뀌는 것과 같습니다. 경찰이 이 모든 물줄기를 역추적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바다에서 물 한바가지를 퍼서 이게 하늘에서 내린 비에서 온건지 아니면 어떤 산의 바위에서 시작한 물인지 추적하는게 불가능한것과 마찬가지인 셈입니다.
결국 핀번호 매입 업체는 핀번호를 그대로 ‘현금화’하는 것이 아니라, ‘추적 불가능성’이라는 속성을 다른 사람에게 팔아 이익을 남기는 비즈니스를 하는 것이며, 이것이 바로 이들의 꼬리가 잡히지 않는 근본적인 이유입니다.